나도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에이전시가 눈여겨보는 신호들

에이전시가 직접 보기 전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가늠할 신호는 있습니다. 비율, 사진발 받는 골격, 카메라 앞의 여유, 맞는 시장. 하나씩 짚어 봅니다.

Get Scouted 편집팀··6 분 분량

몇 년 전 런던의 한 오픈 콜 현장. 교복 블레이저를 그대로 입고 온 열일곱 살 소녀가 줄 선 사람들 모두가 속으로 궁금해하던 걸 부커에게 대놓고 물었습니다. "제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부커는 그녀를 4초쯤 바라보더니 옆으로 돌아서 보라고 했고, 문까지 걸어갔다 와 보라고 했습니다. 평가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내가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자면, 혼자서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결정은 에이전시가 하고, 그 답은 미팅을 하자고 연락이 오느냐 안 오느냐로 돌아옵니다. 다만 무언가를 보내기 전에 스스로 점검해 볼 만한 신호는 분명히 있습니다. 꾸밈없고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조명 아래에서도 얼굴이 버텨 주는지, 키와 비율이 적어도 한 분야의 모델 일에는 맞는지, 필터 없이도 나다운 모습인지, 낯선 사람이 나를 뜯어보는 동안 가만히 서 있을 수 있는지. 대부분 해당된다면 다음 단계는 돈도 거의 안 들고 간단합니다. 깔끔하게 사진을 찍어서 몇몇 에이전시에 보여 주면 됩니다.

그 4초 동안 부커는 대체 무엇을 볼까?

예쁜지 아닌지는 아닙니다. 적어도 친구들이 말하는 그런 '예쁨'은 아닙니다. 부커가 읽어 내려는 건 강한 스튜디오 조명 아래에서, 내가 고르지도 않은 옷을 입었을 때, 얼굴과 몸이 카메라에 어떻게 담기느냐입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미 비슷한 느낌의 모델이 소속돼 있지 않은지도 따져 봅니다.

대략 이런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 골격. 광대, 턱선, 눈 사이 거리, 옆에서 빛을 받았을 때 얼굴이 빛을 잡아내는 방식. 카페에서 마주 앉으면 평범해 보이던 얼굴이 사진에서는 시선을 확 끄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도 있고요.
  • 비율. 상체 대비 다리 길이, 턱선이 살아날 만큼 여유 있는 목, 재킷을 걸쳤을 때 받쳐 주는 어깨. 키는 일부 보드에서 중요하지만, 비율은 거의 모든 보드에서 중요합니다.
  • 있는 그대로의 피부, 머리카락, 치아. 완벽함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화요일 아침 8시에 포토그래퍼가 실제로 마주할 모습을 보고 싶은 겁니다.
  • 오직 나만의 무언가. 벌어진 앞니, 짙은 눈썹, 주근깨, 다쳤다가 살짝 휘어진 채 아문 코. 캐스팅은 이런 개성에 훨씬 열려 있어졌고, 눈에 띄는 디테일은 해가 되기보다 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존재감. 카메라를 바라보는지, 카메라를 뚫고 너머를 바라보는지. 꼼지락거리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모델 에이전시가 보는 것들 가이드에서 보드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모델은 꼭 키가 커야 할까?

어떤 일은 그렇고, 대부분의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뉴욕, 밀라노, 런던, 도쿄의 하이패션·런웨이 보드는 기준 범위가 좁은 편입니다. 여성은 약 173~183cm, 남성은 약 180~190cm 정도를 찾는 곳이 많지만, 기준은 에이전시마다 다르고 매 시즌 예외도 계약됩니다. 런웨이 샘플 의상이 특정 사이즈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건 미적 기준이라기보다 현실적인 제약에 가깝습니다.

런웨이를 벗어나면 문은 훨씬 넓어집니다. 광고, 이커머스, 카탈로그, 라이프스타일 캠페인처럼 유급 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커머셜 모델 일은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보이는 것을 중시합니다. 커머셜 보드는 키, 사이즈와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과 계약하고, 50대, 60대, 그 이상까지도 활동합니다. 커브·플러스 사이즈 보드, 피트니스 보드, 일부 시장의 쁘띠 디비전, 손이나 발로 돈을 버는 파츠 모델도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 맞을지 잘 모르겠다면 모델의 종류 정리를 10분만 투자해 읽어 보세요.

그러니 더 쓸모 있는 질문은 "내가 모델이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나는 어떤 모델이 될 수 있을까"입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미소를 지닌 163cm의 서른네 살도, 날카로운 광대를 가진 180cm의 열일곱 살도 모두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다른 클라이언트에게 보내질 뿐이죠.

부커는 당신이 아름다운지를 묻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에 당신을 누군가에게 '팔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는 신호는?

주변에서 받는 격려는 대개 다정하고 진심이지만, 예측력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 친구와 가족이 모델 해 보라고 할 때. 듣기 좋은 말이죠. 하지만 대부분은 당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 팔로워가 많을 때. 커머셜이나 브랜드 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에이전시는 무엇보다 얼굴과 몸을 보고 계약합니다. 팔로워 몇백 명에 비공개 계정으로 시작하는 신인도 수두룩합니다.
  • 셀카가 잘 나올 때. 전면 카메라, 가장 자신 있는 각도, 늘 옆에 서는 그 스탠드 조명, 켜 둔 걸 잊어버린 필터까지. 에이전시용 사진은 그 모든 걸 걷어 냅니다.
  • 누군가 나를 '캐스팅'했을 때. 페스티벌, 길거리,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진짜 스카우터는 있습니다. 쇼핑몰에서 십 대를 붙잡고 촬영 패키지를 파는 사람들도 있고요. 다음 단계에서 무엇이든 돈을 내야 한다면, 그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누군가 고객을 찾았다는 신호일 뿐입니다. 흔한 수법은 정식 에이전시와 사기 에이전시 구별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집에서 스스로 테스트해 보려면?

혼자서 부커의 눈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은 디지털, 즉 오늘의 내 모습을 보정 없이 그대로 담은 사진을 찍어 보는 것입니다. 20분이면 되고 돈도 들지 않습니다.

  1. 1빛을 찾으세요. 오전 중반쯤, 밝은 단색 벽을 등지고 창문을 마주 보고 섭니다. 천장 조명이나 링라이트는 쓰지 않습니다.
  2. 2옷은 단순하게. 몸에 맞는 흰색이나 검은색 민소매 또는 티셔츠, 검은 스키니진이나 핏 되는 반바지, 맨발이나 단순한 플랫슈즈. 수영복 사진을 요청받는 경우도 있지만 필수는 아니며, 만 18세 미만이라면 반드시 부모나 보호자가 함께 있을 때만 찍어야 합니다.
  3. 3맨얼굴로. 메이크업은 안 하거나 아주 살짝만, 머리는 얼굴이 드러나게 뒤로 넘기고, 액세서리·필터·보정은 모두 빼세요.
  4. 4도움을 받으세요. 다른 사람에게 후면 카메라를 가슴 높이에 두고 찍어 달라고 하세요. 얼굴 클로즈업, 양쪽 옆모습, 3/4 각도, 정면과 측면 전신.
  5. 5하루 지나서 보세요. 완벽해 보이는지가 아니라, 나다워 보이는지, 아무것도 얼굴을 돋보이게 해 주지 않는데도 여전히 시선이 머무는지를 보세요.

자세한 방법은 모델 디지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찍는지 가이드에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 스스로를 판단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거나 너무 후합니다. 진짜 테스트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 앞에 그 사진을 내놓는 겁니다. 에이전시 웹사이트로 지원하거나, 사는 도시의 오픈 콜에 가거나, 전 세계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공유해 주는 Get Scouted 같은 서비스로 에이전시에 프로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각 에이전시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며, 누구도 합격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에이전시가 거절하거나, 아무 답이 없다면?

무응답이 가장 흔한 반응이고, 그게 항상 거절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에이전시에는 지원서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관심 있을 때만 답하는 곳도 많습니다. 한 보드에서 고배를 마셔도 다른 곳에서는 합격할 수 있습니다. 밀라노의 하이패션 에이전시가 거절한 얼굴을 LA의 커머셜 에이전시가 한 달 만에 섭외하기도 하니까요. 타이밍 문제일 때도 있습니다. 지난봄에 비슷한 느낌의 모델과 계약해서 두 명은 필요 없는 거죠.

진짜 신호로 볼 수 있는 건 이런 것들입니다.

  • 에이전시가 추가 사진, 영상, 신체 사이즈를 요청한다.
  • 직접 방문하거나 화상 통화를 하자고 한다.
  •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다시 지원해 달라"는 답이라도, 두 곳 이상에서 반응이 온다.

깔끔한 디지털을 여러 도시의 패션·커머셜 에이전시에 고루 보냈는데 두어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면, 세 가지를 점검해 보세요. 사진이 정말 꾸밈없고 조명이 좋은지, 아니면 스타일링과 필터가 들어갔는지. 맞는 분야의 모델 일을 노리고 있는지. 그리고 충분히 기다렸는지. 얼굴은 변합니다. 특히 십 대 후반에는요. 6개월 뒤 다시 지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 절박해 보이는 일이 아닙니다.

얼굴과 상관없는 신호도 있을까?

부커들이 인터뷰보다는 자기들끼리 더 자주 하는 이야기입니다. 비슷한 외모의 두 모델이 같은 캐스팅에 나가는데, 한 명이 훨씬 일을 많이 합니다. 차이는 대개 사소한 데서 드러납니다.

  • 메시지에 당일 답하고, 10분 일찍 도착한다.
  • "턱 살짝 내리고, 조금 더, 이제 손에 힘 빼고" 같은 디렉션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는다.
  • 일주일에 몇 번씩 "이번 건은 안 맞네요"라는 말을 들어도 다음 캐스팅에 편안하게 들어간다.
  • 옷걸이 랙을 든 어시스턴트에게도 포토그래퍼에게 하듯 예의 바르게 대한다.

이 중 타고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배울 수 있고, 첫 촬영을 두 번째 촬영으로 이어 주는 건 대개 이런 것들입니다.

외모는 문을 열어 줍니다. 다시 불러 주게 만드는 건 함께 일하기 편한 태도입니다.

너무 늦은 나이라는 게 있을까?

하이패션과 런웨이에서는 지금도 십 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사이에 계약하는 신인이 많지만, 그 범위는 예전보다 느슨해졌습니다. 커머셜·클래식 보드는 30대, 40대, 그 이상과도 계약하며, 커머셜에서 가장 꾸준히 버는 모델 중에는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나이를 훌쩍 넘겨 시작한 사람도 있습니다. 열여섯, 열일곱 살이라면 에이전시와 이야기할 때 반드시 부모나 보호자가 함께해야 하고, 서명을 요청받는 서류는 보호자가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통하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정식 에이전시는 계약하는 데 돈을 받지 않습니다. 등록비도, 의무 촬영도, 소속 조건으로 내거는 유료 '모델 아카데미'도 없습니다. 에이전시는 모델이 일을 했을 때 커미션으로 수익을 내고, 그래서 그만큼 까다롭게 고르는 겁니다. 아무 일도 하기 전에 돈부터 요구한다면 그 자리를 떠나세요.

블레이저 차림의 그 소녀에게 부커는 시험이 끝나면 맨얼굴에 머리를 묶고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대개 이런 식입니다. 판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안내에 가깝죠. 사진이 준비되면 지원을 시작하고, 스스로는 알 수 없는 답을 에이전시에게서 들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어도 모델이 될 수 있나요?+

네. 에이전시는 사진이 잘 받고 개성 있는 얼굴을 찾는데, 이는 흔히 말하는 '예쁨'과는 다릅니다. 특히 커머셜 쪽은 현실적이고 친근해 보이는 사람을 원합니다.

모델이 되려면 키가 얼마나 커야 하나요?+

분야에 따라 다릅니다. 런웨이·하이패션 보드는 여성 약 173~183cm, 남성 약 180~190cm를 찾는 곳이 많지만, 커머셜, 커브, 피트니스, 파츠, 쁘띠 분야는 범위가 훨씬 넓고, 기준도 에이전시와 시장마다 다릅니다.

가능성을 평가받으려면 스카우터나 에이전시에 돈을 내야 하나요?+

아닙니다. 정식 에이전시는 신인 평가를 무료로 하고, 모델이 일을 했을 때만 커미션을 받습니다. 계약 전에 비용, 촬영 패키지, 수업료를 요구한다면 위험 신호입니다.

여드름, 흉터, 타투, 치아 교정기가 있어도 모델을 할 수 있나요?+

대부분 가능합니다. 에이전시는 피부와 이목구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싶어 하고, 흉터나 타투, 주근깨가 있는 모델을 섭외하는 클라이언트도 많습니다. 트러블이나 교정기처럼 일시적인 것은 시기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영영 기회를 막는 경우는 드뭅니다.

에이전시에 다시 지원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6개월 정도가 적당합니다. 키가 컸거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거나, 더 좋은 사진을 찍는 등 확실한 변화가 있다면 더 일찍 해도 됩니다. 십 대 후반에는 얼굴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열여섯 살에 거절당했어도 열일곱 살에는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에이전시는 팔로워 수를 중요하게 보나요?+

생각보다 덜 봅니다. 일부 커머셜·브랜드 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에이전시는 무엇보다 외모, 비율, 존재감을 보고 계약하며, 아주 작은 계정으로 시작하는 신인도 많습니다.